허벅지 터질 듯 "마르셰, 팡트" 무한 반복…한시간 즐기면 300kcal 버닝

입력 2021-10-28 17:26   수정 2021-11-11 18:37


‘챙, 챙, 챙.’

지난 27일 찾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펜싱연습장. 연습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검과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긴장감을 더했다. 연습장 안에선 27㎡ 남짓한 ‘피스트(Piste, 경기판)’ 위에서 펜싱 선수들이 체스판의 말처럼 절도 있는 동작으로 날렵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날 국가대표 베테랑 전희숙 선수(37·서울시청)가 한국경제신문 취재진의 일일 펜싱 코치를 맡았다. 펜싱을 처음 접해본 기자는 전 선수에게 펜싱의 한 종목인 플뢰레 기본 동작을 배웠다.

플뢰레는 얼굴과 팔다리를 제외한 상반신을 공격 유효 부위로 한다. 검으로 상대를 찔렀을 때만 득점이 인정된다. “다른 두 종목인 에페, 사브르와 비교하면 덜 과격해 초심자에게 적격”이라는 게 전 선수의 설명이다.
○플뢰레, 상대 몸통 찔러 공격
피스트에 오르는 과정부터 험난했다. 펜싱 전용복을 입고 투구와 장갑을 착용한다. 전자 점수판이 점수를 인지할 수 있도록 전선에 옷을 연결하는 작업도 이뤄진다. 세팅을 마친 뒤 검을 들고 경기판에 서서 경기의 시작과 끝에 예의를 표하는 인사, ‘살뤼(Salut)’를 취하면 준비가 끝난다.

기본 자세인 ‘앙 가르드(En garde)’부터 시작했다. 먼저 스쿼트 자세와 비슷하게 양발의 각도를 90도로 만든다. 다음으로 다리를 어깨너비만큼 벌리고 무릎을 살짝 구부린다. 한 손에는 칼을 쥐고 다른 손은 뒤쪽으로 살짝 든다.

이 상태가 가장 기본이다. 여기서 전진 자세인 ‘마르셰(Marche)’, 후진 자세인 ‘롱프르(Rompre)’를 반복하자 전 선수는 “좋아요, 잘했어요”라고 격려했다.(정말일까. ㅎㅎ) 마르셰와 롱프르의 핵심은 풋워크다. 한 발이 진행한 만큼 다른 발이 따라 와야 한다. ‘신사의 스포츠’라는 인식처럼 우아하게 리듬감을 유지하며 움직이는 게 핵심이다.
○‘팡트’ 반복하니 온몸에 땀이
“머뭇거리지 말고 더 팔을 쭉 뻗어서 세게! 다시.”

칼로 남을 찌르는 것이 익숙지 않아서일지 모르겠다. 공격 동작부터 급격히 어려워졌다. 팔을 쭉 뻗는 ‘알롱지브라(Allongez le bras)’를 시도했지만, 팔을 한번에 쭉 뻗는 동작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알롱지브라와 함께 런지 자세를 취하는 ‘팡트(Fente)’는 더욱 어려웠다. 팡트는 알롱지브라 상태에서 오른쪽 다리를 큰 폭으로 전진하고 다른 다리는 쭉 펴서 지탱하는 동작이다. 몇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순식간에 상대를 공격할 때 쓰인다. 마르셰와 팡트를 반복하다보니 온몸에 땀이 흐르고 허벅지가 저려왔다.

전 선수의 가르침에 맞춰 동작을 따라 했지만 속도가 느리다보니 상대 선수는 이미 롱프르로 공격을 피했다. 칼끝이 상대 선수를 향했지만 닿지 않았다. 한 번 더 공격에 나섰지만 상대는 칼을 막는 ‘파라드(Parade)’ 동작으로 수비에 성공했다.

수비도 쉽지 않았다. 상대 선수가 팡트 동작으로 공격하는 것을 보고 허둥지둥 한 발을 후진하려 했지만 이미 쇄골 부위에 상대의 칼끝이 닿은 뒤였다. 이렇게 하면 상대편이 1점을 득점한다. 칼에 찔려보니 순간 놀랐고 꽤 아팠다. 전 선수는 “말랑한 재질이 아니라 잘못 맞으면 멍이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좁은 공간에서 앞뒤로 계속 움직이다보니 지구력과 함께 순발력, 빠른 판단력이 필요했다. 조종형 서울시청 펜싱팀 감독은 “펜싱은 고강도 체력과 높은 지능을 필요로 하는 신사의 스포츠”라고 말했다.
격렬하고 빠른 사브르·치열한 눈치싸움 에페·몸통만 찌르는 플뢰레
펜싱은 길이 14m, 너비 2m의 작은 경기장에서 하는 운동이다. 경기장이 작다고 운동량도 적은 것은 아니다. 펜싱은 작은 공간에서 민첩하고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운동이다. 상대방의 칼에 찔리지 않기 위해선 생각하는 것보다 몸을 훨씬 크게 움직이게 된다.

심폐지구력을 기르기에 좋다. 런던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신아람 선수는 “세트 하나를 끝내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며 “직접 측정해본 결과 펜싱을 한 시간 정도 즐기면 300㎉ 정도 소모된다”고 말했다.

펜싱은 에페, 플뢰레, 사브르 등 세부 종목으로 나뉜다. 플뢰레는 상체를 찔러야 점수를 낼 수 있다. 반면 에페는 전신이 유효면이다. 사브르는 팔과 머리를 포함한 상체를 찌르거나 벨 수 있다.

매력은 각각 다르다. 에페는 동시타가 인정된다. 두 선수가 동시(25분의 1초 이내)에 서로 공격하면 모두 점수를 얻는다. 플뢰레는 동시타가 인정되지 않지만 ‘공격 우선권’이라는 규칙이 있다. 우선권이 없는 선수는 상대방의 공격을 막은 뒤 공격이 가능하다. 사브르는 찌르기 이외에 칼날로 베는 것도 점수로 인정된다. 사브르 역시 공격 우선권 개념이 있다. 전문가들은 “성격이 급한 사람이라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사브르가 적합하다”고 추천한다. 진중하고 무언가를 진득히 오래 하는 사람에겐 에페가 제격이다. 반대로 내성적인 사람이 내향성을 극복하고자 사브르를 배우는 경우도 있다. 플뢰레는 사브르와 에페의 중간 느낌이다.

펜싱을 배우기 시작하면 앙가르드(준비자세), 마르셰(전진동작), 롱프르(후퇴동작), 팡트(공격동작) 네 가지를 기본적으로 배운다. 기본 동작에 익숙해지기까지 3개월 정도가 걸린다. 이후 기본 동작을 조합하고 응용해 다양한 기술을 배울 수 있다.

펜싱을 배우려면 기본적으로 칼, 마스크, 장갑, 경기복, 펜싱화 등이 필요하다. 요즘은 비교적 저렴한 장비들도 나온다. 장비를 모두 구입할 경우 100만원가량이 든다. 부담이 된다면 펜싱클럽에서 대여할 수도 있다. 가장 먼저 구입해야 하는 장비는 칼이다. 개인마다 알맞은 손잡이와 칼날 각도가 달라 ‘아이템빨’이 가장 크다.

최다은/장강호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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